창원 방문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대담
"조국 뷔페론 일리는 있지만 고기만 있는 뷔페"
"정치 퇴행 막았다…의석 추가로 다양성 확보를"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라고, 영국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구단 선덜랜드 AFC가 승격을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지역민인 팬들이 욕을 하면서도 애정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담은 연속물이 넷플릭스에 있다.

선덜랜드는 잉글랜드 북동부 공업지역으로 과거 석탄 운반 항구로 발전해 조선업이 흥했던 도시다. 영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선덜랜드도 쇠퇴했다. 도시 흥망성쇠가 꼭 연고 구단인 선덜랜드 AFC 모습과도 닮았다.

녹색정의당, 정의당과 녹색당이 선거연대를 이룬 연합정당이 22대 총선이 끝나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가 관심사다. 대체로 선덜랜드라는 도시와 그 이름을 딴 축구 구단처럼 ‘어떤 전환점’을 맞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5일 창원을 방문한 김준우(가운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최환석 기자
지난 25일 창원을 방문한 김준우(가운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최환석 기자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도 지난해 당내 ‘선수진’ 깊이에 아쉬움을 언급하며 쌍방울 레이더스를 소환한 바 있다. 한국프로야구 리그 참가 구단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도 없이 해체된 그 팀 말이다.

낙관적인 지표가 없는 현실 속에서 끝까지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 지난 25일 여영국 창원 성산 후보를 지원하려고 창원을 방문한 김 대표를 만나 “죽어도 녹색정의당이어야 하는 까닭”을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몰빵론(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을 말하고 조국 전 장관은 ‘뷔페론(취향 따라 투표)’을 말하잖아요. 뷔페론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뷔페에 고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채식이 없고 비타민이 없다는 거죠. 더 넓게 정권 심판을 하려면 녹색정의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가덕도 신공항 관련해서) 오해 없이 들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하나 더 놓는 방식이 맞다고 봅니다. 동남권 항공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당연히 생각하죠. 근데 바다에 그냥 콘크리트, 시멘트를 매립하는 방식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손 잡고 표결한 것이고 녹색정의당만 반대를 한 건데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민이 찍을 선택지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녹색정의당이 곧 ‘건강한 대안’이라는 제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선택지가 다양하다. 조국혁신당도 그 하나다.

“정권 심판론에 ‘원칙 있는 심판’이라는 가치가 조금 결핍된 점이 아쉽습니다. 집권 2년 1개월 만에 정권심판 선거가 된 적이 없죠. 그만큼 분노가 큰데,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국민이 6할 정도라면 방향성에서 갈리는 유권자가 있는 것 같아요. 가령 ‘이재명호’에 물음표가 붙으니 조국혁신당 반사체 정치가 있는 거고요. 조국 대표 피선거권이 금방 박탈될 것을 다 알지 않습니까. 그래도 지지한다는 것은 조국을 향한 열망보다는 새 대안을 찾고 싶어하는 열망이 더 크지 않으냐. 그런데 그 열망을 지금 녹색정의당이 받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성적 평가가 있어야겠지만, 정권심판이라는 뷔페가 있다면 녹색정의당이라는 선택지를 꼭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준우 상임대표가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준우 상임대표가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정의당은 경남 16개 선거구 가운데 단 한 곳, 창원 성산에만 후보를 냈다. 매번 마찬가지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야권 단일화가 가장 큰 쟁점이다.

“경남 행정중심도시이면서 동시에 노동이 중요한 도시이고 저희가 빠짐없이 출마를 했던 선거구이지 않습니까. 노동자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여영국 후보가 필요하고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면 유권자가 분명히 불만스러울 거로 생각합니다. 당세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꼭 후보를 내야 할 곳이 창원 성산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꼭 출마를 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단일화 여부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프랑스처럼 결선투표제(일정 득표율 이상을 요구하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투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비례대표 의석이 아니라 지역구 의석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논의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개혁을 하려면 22대 국회 입성이 먼저다. 김 대표는 “백 투 더 베이식(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회귀)”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예전에는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였다면 지금은 마음이 떠난 이들을 어떻게 돌아오게 할 거냐를 절박하게, 정책과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과 민주당 형제 정당만으로 국회가 채워지면 정권 심판은 시민 승리가 아니라 거대 야당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죽어도 녹색정의당’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년 6석 수준에서 국회에 있으면서 A+ 학점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여의도 정치 퇴행을 막는 역할은 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국회 1석을 더 얻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녹색정의당 1석이 추가될 때 시민 목소리가 더 다양하게 울려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1월 당시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의당을 이끌게 된 변호사 출신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순번 6번에 이름을 올렸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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