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영수증 155장
공동취재단 분석 결과 부정 사용 정황
구내식당 밥값 결제·회식비 유용 추정

스타벅스 이벤트 도장까지 받은 흔적도
대부분 기밀유지 안 되는 열린 공간 이용
"검찰 예산 원칙 어기고 소명하지 않아"

<뉴스타파>가 제안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에는 <경남도민일보>(경남)를 비롯해 <뉴스민>(대구·경북), <뉴스하다>(인천·경기), <부산MBC>(부산), <충청리뷰>(충북·충남) 등 5개 매체가 참여합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도 힘을 보탭니다. 공동취재 내용은 <경남도민일보> 자체 기획과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뉴스타파>(newstapa.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 10월 <경남도민일보>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영수증 내역이 공동취재단 영상물로 재구성됐다. 이번 보도로 진주지청이 인근 식당과 카페, 구내매점 등에서 특수활동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집행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진주지청이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5년 7개월 동안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건수는 모두 683건이다. 이 가운데 카드로 결제해 최종 사용처가 확인된 자료는 총 155건이다.

진주지청에서 드러난 155건의 특수활동비 증빙 영수증은 이례적이다.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전달받은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5만 9700장 가운데 영수증이 함께 첨부된 것은 300장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진주지청 자료 역시 일부지만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진주지청이 2018년 5월 청사 인근 스타벅스에서 쓴 특수활동비 영수증이다. 영수증 하단에 '2018년 여름 e-프리퀀시' 글씨가 선명하다. 특활비를 쓰면서 이벤트 도장까지 꼼꼼하게 챙긴 모습이다. /갈무리
진주지청이 2018년 5월 청사 인근 스타벅스에서 쓴 특수활동비 영수증이다. 영수증 하단에 '2018년 여름 e-프리퀀시' 글씨가 선명하다. 특활비를 쓰면서 이벤트 도장까지 꼼꼼하게 챙긴 모습이다. /갈무리

공동취재단은 진주지청에서 드러난 특수활동비 사용처 가운데 예산 용도와 취지에 맞게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사례를 추렸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진주지청 청사 안에서 쓴 특수활동비다. 2021년 4월과 5월 각각 12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진주지청은 총 36만 원을 지출했다.

공동취재단은 진주지청 1층 식당에 있는 매점을 찾아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취재 결과 구내식당 내 있는 매점은 일반적인 편의점과 달리 소규모로 운영돼 간단한 음료 정도만 판매하고 있었다.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결제한 금액은 사실상 구내식당 밥값을 한 번에 내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진주지청은 청사 인근 식당과 카페에서도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는데,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결과 수사와 정보 수집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특수활동비 사용처 대다수가 분리된 방이 없었고, 기밀 사항을 논의하기에는 사방이 트여 있었다.

공동취재단 분석 결과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영수증 155장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스타벅스’다. 모두 16회 등장했다.

진주지청은 주로 청사 인근 스타벅스 두 곳을 자주 방문했다. 두 곳 모두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었다. 역시 마약 유통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를 논의할 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진주지청은 스타벅스에서 특수활동비로 음료를 결제하면서 ‘e-프리퀀시’ 이벤트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벤트는 정해진 음료 잔수를 채우면 특별 상품을 받을 수 있어 매년 여름과 겨울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2018년 5월 사용한 특수활동비 영수증 하단을 보면 ‘적립 스티커 : 미션3/일반5’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미션 음료 3잔과 일반 음료 5잔을 먹었다는 의미인데,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 이벤트 완료에 필수 조건인 미션 음료 3잔 적립까지 꼼꼼하게 챙긴 모습이다.

진주지청 인근 스타벅스 매장은 검찰이 기밀 수사를 진행할 만한 독립된 공간을 갖추고 있지 않다. /'뉴스타파' 갈무리
진주지청 인근 스타벅스 매장은 검찰이 기밀 수사를 진행할 만한 독립된 공간을 갖추고 있지 않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검찰의 무분별한 특수활동비 사용을 지적하며 “밥 사 먹는 거는 특근매식비로 하고 일할 때 사람 만나는 건 업무추진비로 하고 기밀 수사에는 특수활동비로 하면 되는 것”이라며 “지금 예산의 원칙 이런 것들을 다 훼손하고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게 검찰인데 이게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시끄러운 데서도 기밀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검찰에서 소명하고 증명하면 된다”며 “지금 진행 중인 수사가 아니라면 설명하고 증명하면 되는데 검찰은 공개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공동취재단은 진주지청에 특수활동비를 목적에 맞게 썼는지, 식대와 회식비 유용 같은 부정사용은 없었는지 질의했지만 진주지청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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