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의회는 성추행 혐의를 받는 김태우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난 26일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인 25일 김 시의원이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여 만에 갑작스럽게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서를 제출, 의장은 이를 곧바로 승인했다. 문제는 양산시의회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 징계 전 자진 사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으면서도 선출직 공무원은 해당 사항이 없다며 사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진정성 없는 꼼수 사과와 사퇴로 규정하고 이를 승인한 의장에게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징계와 사퇴, 수사에 따른 처벌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막고자 어떠한 논의와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사퇴를 승인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사건 발생 후 탈당해 무소속이지만 징계가 내려지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의회 사상 성폭력 혐의로 제명되는 첫 시의원이라는 오명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짜 맞춘 듯 자진사퇴로 처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양산시의원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도 '꼬리 자르기'와 '제 식구 감싸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의장이 사퇴를 허가한 것은 시의회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이며 나아가 가해자를 엄호하는 행태라고 성토하고 있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의장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협의회는 시의회 명예를 두 번 실추시킨 것과 독단적으로 사퇴를 허용한 섣부름을 진심으로 사죄하고 수습하라고 요구했다.

의장의 사퇴서 수리는 윤리특위라는 의회 기능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모든 사안에는 형식과 절차가 있기 마련이고 특히 범죄 행위는 그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마땅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범죄에 대해 경계를 삼을 수 있다. 버티다가 불리하다 싶으면 슬그머니 사퇴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선출직의 도덕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의장은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무책임한 정치적 행위도 없다. 더 늦기 전에 의회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자성해서 시민들이 납득할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