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일부 팬들은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 감독을 두고 '선수발'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꼭 그 감독이 아니라도 그 선수 구성이라면 얼마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감독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프로축구에서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감독은 경기를 이기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소리치고 화도 낸다. 심지어는 지고 있는 팀 감독인 것처럼 절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FC서울과 경기에서는 1-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시간이 남으면 골 넣으라고 골"이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을 넣으면서 2-0 승리를 거뒀다. 광주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시민구단이다. 그런 광주를 이끌고 이 감독은 2022년 K리그2 우승으로 1부 리그 승격을 이뤘고, 지난해 K리그1에서 3위에 오르는 돌풍을 보였다. 올 시즌 역시 2승 1패(승점 6점)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이 감독이 보여준 강한 승부욕이 선수단에 승리 DNA를 심은 셈이다.

얼마 전 반대 사례도 지켜봤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최고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아래서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끝에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참패했다. 좋은 선수만으로는 달콤한 결실을 볼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 셈이다.

프로농구 창원LG는 최근 10연승과 함께 2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LG가 탄탄한 선수단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상현 감독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조 감독도 이 감독과 비슷한 점이 있다. 조 감독은 선수단에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지도자다. 득점력이 있는 선수라고 해도 예외 없이 수비에서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 지도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최소 실점(평균 76.6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 역시 평균 77실점으로 가장 촘촘한 수비를 하는 팀을 만들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LG를 강팀으로 만들고자 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도 아직 발전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또, 팀 우승을 넘어 그 이상으로 좋은 농구를 선보이고자 하는 방향성이 주목할 점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선수 개인 기량으로 승리할 때도 있다. 다만, 감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하는가에 따라 선수 능력치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선수발'보다는 '감독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원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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