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리핀에서 온 사로나 메리엔디입니다. 메리안이라고도 부릅니다. 한국 온 지 17년 차 됩니다. 필리핀에서 고모 소개로 한국 남자, 지금 남편을 만나 결혼하여 2007년 가을에 한국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언제 시간이 이만큼 흘렀나 싶은데 처음 왔을 때는 하루하루 힘들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한국 문화와 음식 만드는 방법, 한국말을 모두 시어머니를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다 창원시 진해여성회관에 다니면서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김해 인제대에서 주관하는 원어민 영어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그해 9월에는 사랑의 결실인 씩씩한 아들이 태어났고, 시어머니 도움으로 육아와 일을 겸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많은 도움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9년에 진해여성회관 담당자 추천으로 KBS방송 <러브 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에 나오게 됐습니다. 방송에서 보던 제 모습이 무척 신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열심히 한국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좋은 날도 찾아오더군요.

저는 진해지역아동센터, 도서관, 유치원, 진해여성회관에서 원어민 영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해경찰서 명예경찰로 낯선 한국에서 사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해 애로사항도 듣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필리핀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인프라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 사람은 친절하며, 결혼이민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한국은 필리핀과 다르게 공장도 많고 생활방식도 다릅니다. 필리핀은 계절이 여름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행동과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낙천적이고 좀 느립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반대되는 점입니다. 둘 다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두 문화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창원에서 영어 강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자그마한 꿈이라면 회사에서 사무업무나 원어민 강사 활동을 경험 삼아 직장인 영어 강사도 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024년에는 이중언어와 원어민 수업이 없어진다고 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우리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때까지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로나 메리엔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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